협동조합 설립 축사 – 김철원 교장선생님

세상이 몇 가지의 수치화된 기준들로만 저를 판단하려 들면, 저희 하나하나를 대체 불가한 존재로 만들어 주시던 그 눈빛이 떠올라 더 서러워질지도 모르겠어요.

2020년 이우고 15기 졸업생
김철원 교장선생님

새봄, 여전히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우학교 협동조합 창립을 축하드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관계 맺기와 상호작용,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재난과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는 혐오와 배제, 이기적 생존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헌신과 연대, 보살핌과 돌봄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이익과 성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와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선하고 아름다운 선택을 한다는 것을 뭉클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선명한 재난 이전에도 우리는 일상적인 존재의 위기 속에서 삶의 재난을 겪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정해진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라고, 세상이 말하는 삶에 부합하게 살아가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며 옳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잃어가면서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2014년 4월 16일의 기억과 상처를 서둘러 잊은 채 말입니다.

졸업생의 슬픈 편지처럼 세상이 ‘수치화된 성공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판단하려고 할 때 아이들 각자의 고유함과 특별함을 지지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따뜻한 울타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지 더욱 간절해집니다.

이우학교 협동조합 설립을 앞에서 일구어 나가는 분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학교협동조합을 앞서서 고민하고 토의하고 구상하고 기획하고 실천해 가시는 분들께 마음속에서 깊은 사랑과 응원을 보냅니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은 언제나 작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화려한 시설과 세련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사소함 속에는 언제나 간절한 정신과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우학교 협동조합이 새롭고 구체적인 희망의 길을 내주시길 바라고 기대하며 저도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서투른 인사드립니다.

2020.5.9.
이우학교 교장 김철원